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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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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도소 이OO 베드로 형제님의 편지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저 덕분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해뜰에서도 이 곳 사정을 대강 들으셨겠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아서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자주 소식 전해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제 수습이 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서 조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활 축하카드는 잘 받았습니다. 한 분, 한분의 손 글씨로 된 부활카드를 받아보니 반갑고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안 좋은 소식들을 전해드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저 주님 말씀대로 신부님, 수녀님 바람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저희 뜻대로 다 되지는 않나봅니다. 늘 평화롭고 행복하기만 하면 주님의 말씀, 신부님, 수녀님의 기도가 큰 의미가 없듯이 때론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겪으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거기에서 느끼고 깨달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반장님 공백으로 총무님이 중심이 되어 정리하고 수습하여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밖에서도 힘들고 어렵듯이 이곳에 있는 저희들도 집회, 접견 등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서 지내보았습니다. 이 시기를 통해 그동안 당연하다 여기고 의무감으로 하던 가족과의 관계, 천주교 미사, 자매, 교리, 성가대 등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참 고맙고 소중한 것이구나, 그 모든 걸 누릴 수 있었던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었구나라고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다행히 코로나가 줄어드는 시기라 접견도 조금씩 풀리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집회도 다시 시작하고 신부님, 수녀님, 그 외에도 많은 봉사자분들도 다시 만나 뵐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시기를 지내며 다시 시작한다면 더 간절하게, 더 최선을 다해 순간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미사가 다시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은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느낀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코로나로 전 국민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느끼고 깨닫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일들이 주님의 뜻이고 계획이라고 믿고 기도하며 지냅니다. 기쁘고 좋은 일들을 거친 만큼 뜻과 계획이 있으실 것이고 안 좋고 나쁜 일들도 그 나름대로 주님의 뜻과 계획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믿으니 세상이 조금 더 밝아 보이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좋습니다. 지금 이 시기도 모두에게 주님이 전하고 싶은 뜻과 계획이 있다고 믿습니다. 조금 더 견디고 기도하며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안 본지 몇 달 되었는데도 벌써 보고 싶고 그립고 그렇습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기도 속에서 늘 함께 한다는 사실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날씨 더워지는데 건강 잘 챙기시고요. 항상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2020.5.5. OO 베드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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