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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0-10-16

조회수7,514

제목

대전교도소 조OO 형제님의 편지

나기웅 신부님께

 

신부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먼저 아내와 아이들을 볼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많은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으니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수개월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고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지내왔는데 힘내서 잘 견뎌내주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니 너무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족들을 보고난 후 저는 더욱 강하게 자신을 다지게 되었고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생각과 후회 속에서 깨닫고 알게 된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제야 깨닫고 알게 되었다는 것이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지금은 이러한 것들이 늦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너무 약해진 아내를 보니 지난 날 제 자신에 화가 납니다.

신부님!

저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한 말들과 약속을 꼭 지켜야 합니다. 헌데 저도 모르게 겁이 납니다. 그러진 않겠지만 저에게 기회가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합니다.

아내가 잘 이겨내서 제가 약속을 지킬 기회를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신부님 정말 죄송하고 송구한데 아내가 약해지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염치없이 바라기만 하는 것이 그저 죄송하고 송구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사회에 복귀해서 다시 일어서게 된다면 조금씩이라도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 앞날에 가 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살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이제는 자신 있습니다. 신부님, 지켜봐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2020.09.27. OO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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