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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0-10-22

조회수5,924

제목

대전교도소 이00 프란치스코 형제님의 편지

찬미예수님

 

신부님, 이00 프란치스코입니다.

신부님과 수녀님, 교정사목부에서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몇백킬로미터 밖에서 일어난 태풍의 영향에도 이곳에 간간히 강풍이 불어오는데 저의 가습에서 터져버린 이 용암 덩어리를 무엇으로 막을 수 있으며 식힐 수 있겠습니까.

제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으면 주님께서 이토록 아픔을 시련을 주실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봅니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하셨거늘 이곳에 수감된 후로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 했나이다.

저의 아내와 딸 아이에게 치유의 은총과 희망의 은총을 내려 달라고... 그토록 간절히 매달렸건만 결국 은총은 주시지 않고 크나큰 시련만을 남겨 주셨네요.

주님이 원망스럽고 너무나도 미웠습니다.

그렇게 큰 일을 저에게 주시고는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하시는데 도저히 주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저의 기도가 너무도 부당했던 것일까요.

피해자들을 위한 기도나 반성의 기도는 별로 안 하면서 욕심 많게 제 가족만 챙겨 주님께서 화가 나셨을까요.

그렇다면 저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아직 믿음이 부족하여. 신앙심이 깊지 못하여 주님의 맘에 안 드는 어린양이오니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옵소서.

사실 딸아이 때문에 힘을 내보려 하지만 매일 매일 무너집니다.

그렇게 무너질때마다 다짐을 하고 일어나 보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하고 또 무너집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해줄 수 없다는 것, 이곳이 교도소 안이라는 것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만 들 뿐입니다.

이곳을 벗어나 아내와 함께 살아가려 했던 모든 꿈들이 사라진 지금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두렵습니다.

꿈도 희망도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을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또 이대로 주님의 손을 제 스스로 놓아 버릴까봐 걱정입니다.

밥을 먹고 있는 저를 보고 잠에서 깬 저를 보고 피식 웃는 저를 보고 저는 웃습니다. 미친놈이라고...

주님께 죄인이고 저로 인하여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죄인이고 저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신 분들게 죄인이고 이젠 아내마저 저 때문에 사고를 당하고 결국 숨을 거두었는데 내가 어찌...

자책하지 말라는 주위에 말을 들을 때마다 저의 안에서 소리칩니다. 

자책이 아니라 분명 나 때문이라고...

신부님, 저의 아내 유00 프란치스카가 주님의 은총으로 천국문에 들어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저의 딸 유00 엘리사벳이 지금의 아픔과 고통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저도 매일 쓰러지지만 무릎 꿇고 기도 하겠습니다.

00이 곁에 신부님과 수녀님이 계셔 주어서 다행입니다.

다시 한번 힘을 내보며 감사함에 인사 드립니다.

 

2020년 10월 9일 높은 담장안에서 길 잃은 어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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