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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09-02

조회수15,413

제목

아픔에서 희망으로의 아름다운 동행 - 강창원 마르띠노 신부


 사랑하는 해뜰 가족 여러분!
 유난히도 뜨거웠던 여름의 위력이 조석으로는 가을에게 시간을 내어주며, 한결 상큼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절기에 건강하신지요?
산적도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 덕분에 여름을 무사히(?) 지내고 있습니다.

 산적은 꿈이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고아원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고, 왜 그런지는 지금 생각해보아도 잘 모르겠는데요. 아무튼, 어른이 되면서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꿈은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한 사제가 돼서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사목을 하고 싶다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사제가 되고 나서 그 꿈을 잃지 않고자 계속 기도했고, 드디어 교정사목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습니다. 사제로서 제자신이 바랬던 꿈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서 사목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꿈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산산 조각이 되어 허공에 날리게 되었습니다.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을 도와주겠다는 꿈은 저자신의 교만이었습니다.
 현실을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세상의 무관심과 욕심, 욕망이 빚어낸 범죄의 상처들이 매순간 지금까지도 단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아픔들이었습니다. 그 엄청난 아픔들은 한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체, 그들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저자신의 시선만으로 그들을 비판하며, 그저 회개하고 기도해야한다는 공허한 외침을 되풀이하는 앵무새와 같은 모습의 저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한 수용자형제와의 면담에서 그 형제는 저에게 “신부님이 저희의 아픔을 알기나 합니까? 고아원에서 형들에게 너무나 많이 얻어맞아서,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다섯 살의 나이에 고아원을 도망 나와서 거지로 살아오면서 지금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 신세를....”
저는 그 형제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 아픔들을 그저 저의 교만함과 공명심으로 감히 치유하겠다고 나선 그 당시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하였습니다.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참 사랑이 무엇인지, 제가 몸으로 느낀 참사랑은 아픔을 함께 슬퍼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아픔이 멎을 때 까지 사랑해야 한다는 진리를요.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으렵니다. 우리의 호프이신 예수님께서 하셨던 모습 그대로, 아픔을 피하시지 않으시고, 그 아픔을 당신의 온몸으로 껴안아 부활이라는 희망의 빛으로 변화시키신 삶의 모습대로, 한없이 나약하고 미천한 저이지만, 예수님의 그 모습을 감히 따르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어둠속에서 빛을, 아픔으로 인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동행이 되어주시길 두 손 모아 간절히 청합니다. 세상의 모든 피조물은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합니다.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나약하고 부족한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방학숙제 한 거 제출합니다. 채점해주세유.


천주강생 2015년 순교자 성월에 여러분을 사랑하는 산적과 그 일당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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