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해뜰 가족 여러분!
한결 여유로워진 가을볕이 풍요로움과 더불어 가슴 한편을 쓸어내리는 듯한 허전함을 느끼게 하는 날들이네요. 조석으로 큰 일교차에 건강하신지요?
산적과 그 일당들은 여러분의 사랑과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답니다.
잘 지낸다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할까 라는 생각에 잠시 멈춰 보기도 합니다.
추석직전에 정신없이 각 교도소를 다니면서 추석미사를 봉헌하고서는 해뜰에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아침부터 전화로 도움을 청하는 형제의 전화가 또 울렸습니다. 그 형제는 다름 아닌 9년 동안의 단골손님이었습니다. 불과 2주전에 방을 얻어 달라고 떼를 써서 방을 마지막이라고 얻어줬는데, 이번에는 울산이라면서, 지가 무슨 홍길동인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차비와 음식비를 보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천둥과 같은 목소리로 화를 내면서 혼을 냈습니다. 그 뒤에도 몇 번의 전화로 그 형제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저는 요번만은 그 형제의 버릇을 고쳐주리라는 결심에 안 된다는 말로서 통화를 마쳤습니다. 그 형제는 문자로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연락을 마쳤네요.
“신부님 지금껏 재가 약속도 못 지키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사라보려고 하고 있읍니다요 그런대 당장 먹을게 없어서 도 움 청했는대 재가 수년째 약속 못 지킨 부분도 있지만 단칼에 거절하시니 이재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압으로 열락 안 하겠 읍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 형제의 문자를 지울 수가 없어서 드려다 보고 기도하면서 눈물짓습니다. 그 형제가 바로 버림받은 예수님이었을 수도 있는데...
내가 나중에 천국문앞에서 예수님께 거절당한다면, 당연히 예수님께서는 받아 주실 줄 알았는데....
더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무런 편견 없이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천주강생 2015년 묵주기도성월에 여러분을 더 사랑하고픈 산적과 그 일당 드림.